Page 74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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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불법을 수호하는 천신天神들이 지키고 있다. 제석천과 범천 역시 불법
을 수호하는 수호중임에도 불구하고 불·보살·나한이 머무르는 주실에 배
치된 것은 통일신라시대에 제석천과 범천에 관한 인식이 남달랐던 것을 반
영한 것으로 보인다.
석가여래의 일대기를 표현한 간다라 불전 미술 속에서 항상 한 쌍으로
표현되었던 범천과 제석천은 751년 경 조성된 토함산 석굴에서도 나란히
등장하였다. 본존인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향좌측에는 범천상(사진 1)이, 향
우측에는 제석천상(사진 2)이 배치되었다. 우아한 모습의 범천상과 제석천
상은 손에 든 지물과 몸에 걸친 옷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토함산 석굴의 범천상과 제석천상은 652년 당나라 수도 장안에 도착한
중인도 출신의 스님이었던 아지구다阿地瞿多가 번역한 『다라니집경陀羅尼集
經』에 근거를 두고 있다.
“대반야보살의 오른쪽 행랑에는 범천梵天을 안치한다. 온 몸이
흰색이고 귀에 보배 귀걸이를 했으며, 목에 칠보의 영락을 두르
고 양탄자 위에 서 있다. 오른손은 팔을 구부려 어깨 위로 향하
여 손에 흰 불자拂子를 잡고 왼손은 팔을 편 채 손에 조관澡罐을
잡고 있으며, 허리 밑으로 조하군朝霞裙을 입고 화려한 비단그
물과 수로 장식한 의복을 입고 있다. 그 범천은 몸에 자색紫色
가사를 입고 화관花冠을 머리에 쓰고 파기광簸箕光을 내고 있으
며 손과 발과 손목에는 모두 보배 팔찌를 두르고 있다. 보살의
왼쪽 행랑에는 제석천帝釋天을 안치한다. 온몸이 흰색이고 귀에
보배 귀걸이를 하고 있으며, 목에 칠보의 영락을 두르고 양탄자
위에 서 있다. 오른손은 팔을 구부려 어깨 위로 향하게 하여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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