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고경 - 2020년 11월호 Vol.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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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흰 불자를 잡고, 왼손은 팔을
                구부려 팔꿈치를 왼쪽으로 향하게
                하고  손바닥을  배쪽으로  향하게

                하며 위로 뒤집고 손바닥 안에 발

                절라跋折羅 한 개를 놓되, 발절라의
                끝을 밖으로 향하게 하여 놓고 화
                염이 발절라를 에워싸고 있는 모습

                으로 그린다. 그 제석상은 허리 아

                래로 조하군을 입고 화려한 비단
                에 수놓아 장식한 의복을 입고 있
                으며, 천의天衣를 전부 휘감아 농

                락籠絡을 두르고 머리에 파기광을

                내는 화관을 쓰고, 손과 발과 팔
                목에 모두 보배 팔찌를 하고 있다.”
                                                  사진 3. 오대산 상원사 제석천상, 1645년,
                (『다라니집경』권3 「반야화상법」)
                                                  상원사 문수전, 월정사 성보박물관 제공.


              토함산 석굴의 범천상과 제석천상은 공통적으로 오른손으로는 불자拂
            子를 들고 있으며, 몸에 장신구를 걸치고 머리에는 위가 넓은 타원형의 두
            광을, 두 발로는 타원형의 대좌를 밟고 서 있다. 타원형의 두광은 『다라니

            집경』에서 언급한 파기광簸箕光 즉 곡식을 체질할 때 쓰는 도구인 ‘키’의 형

            태에서 유래했으며, 발 밑 타원형의 대좌는 간다라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특산물인 양탄자에서 비롯되었다(허형욱, 「석굴암 梵天·帝釋天像 도상의 기원과
            성립」, 2005). 토함산 석굴의 범천상과 제석천상의 모습에는 통일신라 당시

            서역과의 교류가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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