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고경 - 2020년 12월호 Vol.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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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하는 자의 경우에는 만약 잠시도 분별념이 발생하지 않으면
                목석木石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만약 목석과 다름이 없는 것이
                곧 진실한 것이라면 일체의 목석도 반드시 성불할 것이다. 어찌

                그런 도리가 있겠는가. 또한 그대가 잠시도 분별념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진실한 것이라고 인식하면 그것은 곧 집착이다. 집착
                은 곧 분별념이 발생한 것인데 어찌 무념일 수 있겠는가.
                또한 그대가 만약 잠시도 분별념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 또한 부집착을 진실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런즉 무지하

                고 어리석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므로 또한 무엇을 가
                지고 선을 알고 도를 아는 것이라고 말할 것인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라. 결코 경솔해서는 안 된다.

                과연 어떤 것이 마음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도리인가. 말하자면 일

                념으로 어떤 것이 나의 본래면목인가를 참구하되 단지 그와 같이
                일념으로 참구하는 바로 그것이 누구인가를 살펴보라. 그와 같이
                일념으로 참구하는 그것은 원래 나 자신이 참구하고 있는 줄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어찌 다른 사람이 참구해줄 수 있겠는가.

                비록 참구하는 그것이 나 자신일지라도 요컨대 무아의 상태이어
                야 터득할 수가 있고, 무아의 상태이어야 볼 수가 있는데 그것이
                바야흐로 진아이다. 왜냐하면 아는 아를 터득할 수가 없고, 아

                는 아를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 눈은 자신을 볼 수가 없고

                칼은 자신을 벨 수가 없는 것과 같다.
                생각해 보라. 만약 아가 아를 터득한다면 두 개의 아가 있다는
                허물이 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만약 일념으로 참구하는 그것

                이 곧 아라면 일념으로 참구하는 것이 아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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