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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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대신 말을 묘사하여 십마도十馬圖로 나타내는 경우도 있으나 우리나
라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티베트에는 심우도 대신 같은 의도의 주제
를 코끼리에 비유한 십상도十象圖(사진 1)가 전해 온다. 마음을 왜 코끼리에
비유했을까를 알기 위해서는 『입보리행론 강독 105』 「제5 호계정지품」의 비
유를 근거로 삼을 수 있겠다.
마음 속의 코끼리를 풀어 놓으면
무간지옥의 해를 입힙니다.
길들이지 않은 코끼리가 미쳐도
이 세간에서 그와 같은 해를 입히지 못할 것입니다.
완벽하게 정념正念의 밧줄로
마음 속의 코끼리를 단단히 묶는다면
모든 두려움이 없어지게 되고
모든 선이 손에 들어오게 됩니다.
코끼리와 관련된 비유로 많이 떠오르는 경우는 데바닷타가 부처님을 공
격할 사용한 쓴 술 취한 코끼리를 풀어 놓은 것이 있다. 부처님 재세시 ‘하
도 많이 먹는 제자’를 타박하는 다른 제자에게 ‘놔두어라 그 비구는 코끼
리였던 전생의 습을 버리지 못해서 그러는 것이니 너희들이 이해하라.’고
말씀하신 구절도 있다. 몸에 배인 습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음을 우리
에게 일깨워준다. 마음 속의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이 바로 ‘정념의 밧
줄’이라고 경문은 설하고 있다. 심우도에서 동자가 쥐고 있는 고삐가 정진
력을 상징하는 것과 맥락이 같다고 하겠다. 그림 속의 수풀 등 자연경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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