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21년 1월호 Vol.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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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시가 양식을 수용하다    새로운 시대에 학교 교육에서 부르는 창
           가와 기독교의 찬송가가 교육과 포교에 월등한 효용성이 있음을 자각한
           여타의 종교에서 다수의 창가를 제작하여 각 종교의 포교에 활용하였다.

           이 시기 유행했던 시가 장르로는 창가 외에도 시조, 가사, 언문풍월 등이

           있다. 『월보』가 간행되던 1910년대 초는 아직 본격적인 근대문학이 발현되
           기 전이라 근대시는 등장하지 않았고, 대중가요도 민요, 잡가 등 민속음악
           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던 시대였다. 수준 있는 지식인은 여전히 한시를 창

           작하고 음영하는 것을 취미로 삼았고, 여가에는 정가, 시조창을 부르는 것

           을 낙으로 삼았다. 대중들은 민요, 잡가, 시조창과 함께 우리말 한 음절을
           머리글자로 하여 시상을 이어가는 언문풍월을 적극 향유하였다. 『월보』에
           도 창가, 시조, 가사, 잡가, 언문풍월 등이 고루 등장한다. 이는 매우 적극

           적으로 유행하는 가요장르를 불교포교용으로 활용한 것이다. (본문과 작품

           제목의 표기를 일부 수정함)


                가갸, 거겨,  가고가고 가는광음光陰 거뉘라셔 붓들손가
                고교, 구규,  고해중苦海中에 빠진중생衆生 구[救濟]할일 급急하도다
                나냐, 너녀,  나아가셰 나아가셰 너른길로 나아가세
                노뇨, 누뉴,   노구담老瞿曇의 탄탄대도坦坦大道 누구인들 막을손가 (중략)

                파퍄, 퍼펴,  파도심波濤甚한 저 업해業海를 퍼셔말일 서원誓願으로
                포표, 푸퓨,  포승捕繩같은 애욕망愛慾網을 푸러버서 해탈解脫하면
                하야, 허혀,  하하일소呵呵一笑 할터이니 허언虛言으로 듯지마오
                호효, 후휴,   호사다마好事多魔 못하오면 후회後悔할날 불원不遠일셰 (5호)



             「언문가」(사진 3)는 언문풀이 형식이다. 언문풀이는 일종의 민요이자 잡가

           로 1910년대를 전후로 하여 대중적으로 확산된 새로운 양식이다. 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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