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21년 2월호 Vol.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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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 도움이 좀 더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단하각丹霞閣이다. 단하라는 당호
를 사용한 스님이 어디 당나라의 단하천연丹霞天然(739-824) 스님뿐이겠냐
마는 단하각하면 아무래도 단하소불丹霞燒佛의 고사로 유명한 당나라의
단하천연이 머리에 떠오른다. 이 스님은 파격적 수행관으로 유명하였고, 말
년에는 단하산丹霞山에 들어가 수행한 선승이다.
우리나라에서 단하각으로 유명한 사찰은 부석사와 통도사 극락암인데,
이 사찰들은 단하각에서 전형적인 나반 존자상을 봉안하고 독성기도를 하
고 있다(사진 8·9). 그러나 남양주 흥국사와 서울 성북구 미타사에도 단하
각은 있는데 이곳에는 산신이 모셔져 있다. 아마도 육당 최남선(1890-1957)
선생이 독성을 단군으로 인식했었고, 이 단군이 나중에 산신이 되었다고
보는 견해와 맥이 닿아 있는 현상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처럼 단하각은
독성각이나 산신각으로 혼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교는 인도에서 생겼지만 점차 동류東流하여 중국에 와서는 중국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이중 선종은 가장 중국적인 정체성이 반영된 것으로 여
기서 다시 동쪽으로 흘러 한국 불교계의 주류를 형성한다. 현재 한국불교
의 최대 종단인 조계종이 바로 이 선종의 법통을 계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
는데, 6조 혜능 선사의 정상頂相[두골]사리가 쌍계사 금당에 봉안되어 있다
고 하니 사실여부를 떠나 법통에 대한 인식만큼은 의심할 수 없다.
법法의 계승은 스승과 제자 간의 1대1의 관계에서 전해지는 것이니 스승
을 떠받드는 경향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인 것이다. 특히 이러한 사법嗣
法의 전통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더욱 강화되었기 때문에 스승의 존재는 더
욱 절대화된다. 특히 선禪·교敎를 떠나 일가를 이룬 수행자에 대한 숭앙은
조사선 전통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선사先師를 부처님 이상의 위치에 올려
놓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우리나라에만 있는 부처님이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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