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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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 등 타 종교지식인 그룹의 활동에서 자극을 받아 집단적인 문화운
동의 중심으로 등장한 것이다. 아울러 근대 전후에 중국에서 활발하게 전
개된 거사 중심의 불교개혁운동이 언론을 통해 소개된 정황도 고려할 필
요가 있다. 중국의 거사불교운동은 불교의 근대적 연구를 성립시켰고 상
당한 성과를 축적하였다. 양문회楊文會(1837-1911) 등이 주축이 된 거사운
동은 불교연구와 다양한 전적 및 정기간행물의 간행을 통해 청대에 쇠퇴
한 불교학을 부흥시키고 그것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고자 노력한 바 있다.
당연히 불교진흥회의 조직이나 잡지의 발간에 당시 중국의 거사불교운동
의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월보의 논설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불교진흥회의 중요한 구성
원인 ‘거사’의 역사적 전개 양상과 현 단계의 자세를 논구한 글이다. 이능
화는 「불교진흥佛敎振興은 삽십보살三十菩薩과 무수유마거사無數維摩居士」(2
호)에서 유마거사가 병에 들었을 때 석가세존이 문수사리보살을 보내 문안
함에 일체중생의 병이 자신의 병이라 한 문답을 인용하고, 유마거사가 말하
는 중생의 병을 지옥, 축생, 인취, 선취, 아수라, 천취 중생의 병으로 나누어
소개하였다. 이상의 일반론에 이어 불교진흥회가 30명의 주지와 19명의 거사
가 모여 발기한 내력을 소개하고, 불교진흥회의 활동이 유마거사의 실천행
임을 말하며 제방의 선사善士들에게 본회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였다.
최동식은 「불교진흥佛敎振興에 제대거사諸大居士」(3호)에서 세존이 영산회
상에서 국왕 대신, 장자 거사에게 불법을 부촉한 이유를 제시하며 불교 흥
성이 거사의 힘에 의지했다는 점을 밝히고, 이 시대에도 거사들의 참여가
없으면 불교발전을 이루기 어렵다고 하면서 진흥회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
였다. 이어 『화엄경』 53선지식 중 하나인 명지明智 거사와 중국 역사에 등
장하는 29명의 거사를 호명하며 협주에 그 행적을 낱낱이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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