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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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로는 「조선불교朝鮮佛敎와 제대거사諸大居士」(5호)에서 거사의 위상과
불교진흥회의 의의를 강조하며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거사 27인(노춘盧椿
거사-고려 석간石澗 거사)의 행적을 충실히 소개하였다. 이어 불교진흥회의 활
동으로 정기회, 신구본 대장경 열람, 공안참구, 보시법약布施法藥, 대개법
전大開法戰 등을 소개하며 불교진흥의 기대감을 표출하였다.
이상의 거사 담론을 보면, 이능화가 거사 불교의 교리적 근거와 불교진
흥회의 의의를 앞장서서 제시하고, 최동식과 권상로가 중국과 한국의 예
를 실증적으로 소개하여 뒷받침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경성 시정 담론과 포교 ‘잡조’는 ‘잡록’과 같은 의미다. 앞서 소개한 여
러 편목에서 담아내기 어려운 흥미로운 이야기나 진기한 사건 소식을 소
개한 지면이다. 여기서도 가장 주목되는 필자는 이능화인데, 다양한 주제
의 친근한 이야기를 담아 대중성을 확장하고자 하는 글쓰기 전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능화의 글은 주제가 다양한데 먼저 우리 민속과 관련된 짧은 이야
기로 「영산회상곡靈山會上曲의 연기緣起」(1호)와 「조선의 온돌과 임야」(5호),
「율주신주栗木神主」(6호)가 있고, 시정에서 들은 재미난 이야기에 도덕적
불교적 주제를 가미한 글로 「호끽연시화虎喫烟時話」(2, 3호), 「호시능령악
자회과好詩能令惡子悔過」(2호), 「악명사惡名詞」(2호), 「일전一錢의 화話」(5호)
등이 있는데, 이는 야담 성격을 갖는다. 또한 불교 경전에서 발췌하여 교
훈을 주는 짧은 이야기로 「이식흥의以食興衣」(1호), 「중맹모상衆盲模象」(2호)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호끽연시화」는 일명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로 번역
된다. 강원도 시골 양반인 김태산과 함경도 향족鄕族인 전약수라는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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