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고경 - 2021년 3월호 Vol. 95
P. 67

걸어간 후, 남자는 무슨 생각인지 다시 그곳을 되돌아보았으나 말 없는 석
             사자상만 엄연히 높이 있더라 하는 스토리다. 양건식의 소설로는 최초로
             발표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광수의 <무정>(1917)보다 앞서 발표된 것으로, 근대인의 허

             위의식을 완결된 구조로 형상화한 최초의 지식인 소설로서 평가받는다. 이
             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신소설을 벗어나 근대소설의 단계로 넘어서는 중

             간에 위치해 있다. 다만 여기에 소개하지 않은 양건식의 소설 <미의 몽>(2,
             3호) <귀거래>(6호), <파경탄>(7호)은 <석사자상>의 성과를 이어가지 못하고

             작자의 개입이 이루어지거나 신파조로 회귀하는 한계가 있다.
               1910년대는 본격적인 근대소설이나 근대시가 등장하기 직전의 시기인
             데, 1915년 창간된 『불교진흥회월보』에는 이전 문학사 단계의 여러 양식이

             혼재되어 있다. 양건식의 소설 창작은 월보의 소중한 문예적 성과 중의 하

             나이다. 근대적인 혁신성과 선도적인 평가는 받지 못하지만, 신구문학이
             혼효된 불교문학의 장을 펼쳤다는 점에서 월보의 복합문화적인 성격은 평
             가받아 마땅하다.


























                                                                          65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