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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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소 둘에서 벗어난다. 그러면 도리道理를 거스르지 않되 자유롭고, 자유
          롭되 이치를 망각하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켜[指月]’도 달을 보고
          ‘언어로 달을 설명해[話月]’도 달을 찾아낸다.          2)

           문자로 달을 설명한 것이 시詩다. 문자로 된 시는 ‘글자를 초월한 의미를

          전달[敎外別傳]’ 하며, 말을 빌려 ‘말 밖의 소리[言外之音]’를 깨닫도록 유도한다.
          ‘궁극의 진리[第一義]’는 언어문자에 구애되지 않지만 언어로 설명하고 전달해

          야 된다. ‘하늘의 달[勝義諦]’은 물을 가리지 않으나 사람들은 ‘흐린 물[顚倒語]’
          에 뜬 달을 보지 못하고 ‘맑은 물[格外語]’에 비친 달만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현상에 내재된 진리를 문자로 담아내는 시는 이런 점에서 얼마나 귀중한가!
           물론 신기한 구절과 기괴한 표현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달을 보지 못한
          다. 『소식문집蘇軾文集』 권72 「승자기僧自欺」에 “(일부) 출가자들은 술을 ‘반야

          탕’이라 말하고, 고기를 ‘수사화(水梭花, 물에서 왔다 갔다 하는 꽃)’라 하고, 닭

          을 ‘찬리채(鑽籬菜, 울타리 뚫는 나물)’라 부른다. 결국 아무런 이로움 없이 다
                                3)
          만 스스로를 속일 뿐이다.” 고 나온다. ‘반야탕’, ‘수사화’, ‘찬리채’ 등은 과
          도하게 언어를 꼬았기에 나타난 말들이다. 이런 단어들에 집착하면 결코

          ‘달’을 깨달을 수 없다. “물고기는 이미 세 단계나 되는 용문龍門의 높은 파

          도를 뛰어넘어 용으로 변했는데, 물고기 잡으려 깊은 밤에 연못의 물을 퍼
          내는 어리석은 사람” 이 되고 만다. 말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퍼내
                           4)





          2)  현사사비(玄沙師備, 835-908)는 “나에게 정법안장이 있으니 대가섭에 맡긴다.”는 붓다의 말을 ‘화월話月’
           로, 불자拂子를 치켜든 혜능의 태도를 ‘지월指月’로 표현했다. 말과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킨다는 의미
           다. 『오등회원』 권제7 「복주현사사비종일선사福州玄沙師備宗一禪師」조에 나온다. “吾有正法眼藏, 付囑大迦
           葉, 我道猶如話月. 曹溪竪拂子, 還如指月.”
          3)  “僧謂酒‘般若湯’, 謂魚‘水梭花’, 謂鷄‘鑽籬菜’, 竟無所益, 但自欺而已.” 소동파蘇東坡는 1037년에 태어나
           1101년에 타계했다. 북송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문장가다.
          4)  “三級浪高魚化龍, 癡人猶戽夜塘水.” 『벽암록碧巖錄』 제7칙의 송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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