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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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것들 다 뿌리치고
미워하던 것들 다 잊어버리고
어느 바람 부는 날 혼자 가서
미리 누워 있는 네 모습 - 「저 무덤」 전문 -
쓰레기장에 버려진 물건들을 보고 그것들에 아옹다옹 집착했던 과거를
부끄러워한다. 누구나 보는 쓰레기장이다. 모두가 아는 평범한 말들을 조
합해 지어진 시다. 결국 버려질 물건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를 이 시는 잘 보여준다. “몸뚱이마저 쓰레기”라는 표현은
충격적이다. ‘지나친 집착’이 곧 ‘고苦’라는 ‘그 의미’는 「저 무덤」에서 더욱 심
화深化·승화昇化된다. ‘삶’도 결국은 “어느 바람 부는 날 혼자 가서 누워 있
는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불광동 언덕배기 한림교회 앞마당 열다섯 살짜리 자목련
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꽃보다 더 꽃이었을 옆집 할머니 나무
밑에 옮겨 앉아 넋 놓고 꽃구경한다 예술대학 사진과 다니는
손녀가 작품이라며 찰칵찰칵 셔터를 눌러댄다 - 「봄날」 전문 -
‘인생의 봄날’을 넘긴 할머니가 꽃을 본다. 그것도 열다섯 살짜리 자목련
꽃이다. 예술대학 사진과 다니는 손녀가 그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봄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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