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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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꿀꿀한 날은
              목욕탕에나 자주 와야겠다     - 「대중목욕탕」 전문 -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누구나 흔히 쓰는 단어들을 이리저리 묶어 잘

          배열해 놓았다. 읽기만 해도 의미가 이해된다. 벗겨놓으면 나와 별 다른 게
          없는, 아니 나 보다 못한 ‘그 친구’에게 주눅 들었던 화자話者는 목욕탕에
          오면 원기를 회복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아마도 ‘친구의 지위·직급·겉모

          습·재산’ 등등에 눌려 살았을 화자는 목욕탕에서 나 보다 못한 “잘난 척하

          던 저 친구”의 ‘참모습[實相]’을 알고 내심 자위自慰한다. 그래서 즐거워한다.
          자기나 나나 ‘똑같은 사람’임을, 아니 ‘저 친구가 나 보다 못한 사람’임을 확
          실히 인식한다. 소시민이 자존심을 회복하는 비결을 밝혀놓은 시詩 같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구나
              비 오는데 덮어주지도 않는구나
              버려도 주워 갈 사람 없구나




              문짝 떨어진 냉장고, 허연 속살 드러난 가죽 소파,
              펑크 난 자전거 타이어, 찌그러진 냄비,
              허리 부러진 숟가락, 때 묻은 곰 인형……




              저렇게 버려질 것을 차지하려고
              그토록 아옹다옹했다니,
              어느 날 숨 끊어지면

              이 몸뚱이마저 쓰레기라는 걸 몰랐다니,   - 「쓰레기장」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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