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P. 101
는 ‘연못의 물’이 이런 단어들이다.
5)
『불교평론』 홍사성 주간(사진 1. 시인) 이 펴낸 『내년에 사는 법』(서울: 책 만
드는 집, 2011), 『고마운 아침』(서울: 책 만드는 집, 2018), 『터널을 지나며』(서울: 책
만드는 집, 2020) 등은 독자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 ‘용’으로 변화시켜줄 시
집詩集으로 보인다. 심플한 시어詩語로 누구나 보고 듣는 일들을 재치 있게
풀어 그 속에 내재된 이치理致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전문적인 단어가 전
혀 사용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대개는 평이平易한 말들이 시어로 쓰였다. 생
활 속에서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경험을 소재로 삼아 소박한 단어로 지극
한 이치, 즉 현리玄理를 나타냈다. 강제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 스
스로 깨닫도록 유도한다. 작위적 단어들은 거의 없다. 읽다가 웃으면 삶의
이치가 이미 옆에 와 앉아 있다. 『내년에 사는 법』(사진 2)에 담긴 몇 편의 시
를 보자.
잘난 척하던 저 친구
벌거벗겨 놓고 보니 별게 없다
허리둘레만 된장독 같지
힘은 제대로 못 쓸 것 같다
엉덩잇살은 축 늘어졌고
옆구리에는 큰 수술 자국이다
5) 강원도 강릉 출생. 2007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