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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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6호 | 문자와 책의 향기 13 | “한 마디 이치에 맞는 말, 만겁 동
홍사성 시인의 시
안 나귀 묶는 말뚝[一句合頭語, 萬劫繫
1)
驢橛].” 이치에 맞는 말, 즉 합두어合
頭語는 사람을 미망迷妄에서 벗어나
생활 속의 깨달음 게 하고 자유롭게 한다. 반대로 평생
평범한 말로 묘사 동안 얽어매기도 한다. ‘이치에 맞게
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치에만
너무 매여 창조성과 주체성이 쪼그라
조병활 자유기고가
들면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다. 이
치에 어긋나지 않되 자유로워야 ‘너
도 좋고 나도 좋다’. 어떻게 하면 될
까? 대략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동자의 손가락을 자른 당
나라(618-907) 선승禪僧 금화구지金華
俱胝 선사의 방식이다. 『오등회원』 권
제4 「금화구지金華俱胝 화상和尙」조
에 있는 이야기다. 구지를 모시던 동
자가 구지 화상을 흉내 내 엄지손가
락을 자주 들곤 했다. 이를 본 구지
가 동자에게 물었다. “불법佛法을 아
느냐?” “압니다.” “무엇이 불법이냐?”
1) 『오등회원五燈會元』 권제5 「수주화정선자덕성선
사秀州華亭船子德誠禪師」조에 있다. 선자덕성 선사가
협산선회夾山善會 선사에게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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