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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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부터 달마의 핵심적인 선사상을 도출할 수 있는데, 바로 ‘자교오
종藉敎悟宗’을 통한 ‘이입理入’과 ‘행입行入’이며, 이것이 ‘안심’을 이룰 수 있는
‘벽관’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벽관’의 의미는 실제로 좌선하여 ‘벽’을 관하거
나 마음의 경계를 ‘벽’과 같이 관한다고 해석하기도 하고, 혹은 정심定心,
응심凝心, 간심看心 등으로 보는 다양한 해석이 나타날 수 있으며, 후대에
달마가 중시되면서 ‘벽관’의 해석에 따라 서로 다른 선사상이 출현하였다.
또한 ‘자교오종’을 제창하였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교’는 바로 혜가의 전기
17)
에 나오는 바와 같이 달마가 전수한 4권본 『능가경』이며, 이 경전에서는
궁극적인 가르침을 ‘종통宗通’ 으로 설하는데, 달마가 말하는 ‘오종悟宗’의
18)
‘종’이 이로부터 온 것이라고 하겠으며, 이는 “언설言說 문자文字·망상妄想”
을 원리遠離하기 때문에 후대에 “불립문자不立文字”의 근거가 되기도 하였
‘
다. 달마는 바로 ‘자교오종’을 통하여 ‘여도명부’·적연무위’에 이르는 과정
을 ‘이입’이라고 하였고, 이러한 ‘이입’을 바탕으로 ‘행입’을 제시하는데, 이것
이 바로 보원행報怨行·수연행隨緣行·무소구행無所求行·칭법행稱法行의 ‘사
행’이다. 이러한 ‘사행’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이입’과 ‘행입’은 마치
새의 양 날개와 같아서 어느 하나가 결여될 수 없다고 하겠다. 또한 이는
바로 전통적인 제법시설의 형식으로, 이론적인 ‘의설義說’을 설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수행법인 ‘법설法說’을 제시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달마의 선사상은 중국선사상사에서 다양한 측면에서 중대한 영
향을 미치고 있지만, 두 가지 측면을 지적할 수 있다. 당시 북조의 ‘정학’은
17) 앞의 책(大正藏50, 552c) “달마선사는 혜가에게 四卷 楞伽經을 주면서 말하기를, ‘내가 중국 땅을 살펴보
니, 오직 이 경전만 있을 뿐이므로, 그대는 이 경전에 의지하고 수행하여 스스로 세속을 구제하라.’고
하여 玄理를 전하고 咐囑하였다.[達摩禪師以四卷楞伽授可曰: 我觀漢地惟有此經, 仁者依行自得度世. 可專附玄理.]”
18) [宋]求那跋陀羅譯, 『楞伽阿跋多羅寶經』卷3(大正藏16, 497b-c) “宗通者. 謂緣自得勝進相. 遠離言說文字妄
想. 趣無漏界自覺也自相. 遠離一切虛妄覺相. 降伏一切外道衆魔. 緣自覺. 趣光明暉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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