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0 - 고경 - 2021년 4월호 Vol.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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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어 법을 듣게 하였는데, 오히려 혜가에게 감복되자 “도항은 마침내 깊
          은 원한을 품고, 혜가(승가)를 비방하고 괴롭히고, 세간의 관부에 뇌물을
          주어 이치에 맞지도 않는 구실로 그를 해하려고 하였는데, (혜가는) 애초에

          하나의 원한도 없었는데도 그를 거의 죽을 지경에 몰아넣고, 도항의 무리

                         7)
          들은 기뻐하였다.” 라고 한다. 전기에는 또한 “도적을 만나 팔을 잘렸다.”                   8)
          는 구절이 나오고, 법림法林 역시 팔을 잘려 당시 사람들이 “무비림無臂林”
                                       9)
          이라고 칭했다는 기사가 보이는데,  이 역시 정학 계열의 박해로 인한 것
          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당대唐代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정학’의 계통은 사라지고, 달마-
          혜가계가 상당히 득세를 하게 되며, 그에 따라 ‘조통부법설祖統付法說’이 제
          창되면서 달마와 혜가는 선종의 초조初祖와 이조二祖의 영예를 안게 되었

          고, 그와 부응하여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양한 전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달마-혜가계의 선사상은 어떤 것인가? 주지하다시피 달마의
          선은 흔히 ‘안심법문安心法門’으로 칭해진다. 이러한 ‘안심’의 연원은 이미 동

          한東漢 시기에 최초로 경전을 번역한 안세고安世高나 지루가참支婁迦讖의 역

          경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지루가참이 번역한 『반주삼매경般舟三昧經』에는
          “마음이 부처를 짓고[心作佛], 마음이 스스로 보며[心自見], 마음이 부처의
                                                           10)
          마음이고[心是佛心], 부처의 마음이 나의 몸[佛心是我身]이다.” 라고 하여 ‘심’
          의 위상을 극대화하고 있는데, 이로부터 ‘안심’의 연원을 짐작할 수 있다.




          7)  앞의 책(大正藏50, 552a) “恒遂深恨謗惱於可, 貨賕俗府非理屠害, 初無一恨幾其至死, 恒衆慶快.”
          8)  앞의 책(大正藏50, 552b) “遭賊斫臂.”
          9)  앞의 책, “故世云無臂林矣.”
          10)  [後漢]支婁迦讖譯, 『佛說般舟三昧經』(大正藏13, 899b) “心作佛, 心自見, 心是佛心, 佛心是我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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