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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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이의 상대론과 빛의 속도 갈릴레이의 상대론을 다시 생각해
본다. 비행기 날개는 비행기를 탄 사람에게는 움직이지 않지만, 지상에 있
는 사람에게는 시속 900km로 날아간다. 이처럼 관측 대상의 속도는 이를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대상의 속도가 대상 자체의 속성에 의
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측 이전에 정해질 수 없다. 관
측 대상과 관측자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대상이 달라지고, 세계가
달라진다. 한 대상에 대해서도 이를 바라보는 관점의 수만큼 서로 다른
세계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갈릴레이와 아인슈타인의 상
대론이 서로 같다. 두 상대론은 빛의 속도를 일정하다고 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갈릴레이-뉴턴역학에서 광속은 비행기 날개의 속도와 마찬가지로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쉬운 예를 먼저 들어보자. 초속 30m로 날아가는
공을 초속 10m로 달리는 마차 위에서 본다고 하자. 마차가 공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간다면, 마차에서 본 공의 속도는 초속 20m가 된다. 공이 날아
가는 방향과 반대로 간다면, 마차에서 본 공의 속도는 초속 40m가 된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에서도 이와 꼭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지구
의 공전 속도는 초속 30km다. 이에 따라 특정한 별과 지구 사이의 거리는
1년 주기로 달라진다. 지구의 공전으로 지구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별을
생각해 보자. 이 별에서 오는 빛의 속도는 광속에 지구의 공전 속도가 더
해져서, 초속 300,030km가 될 것이다. 이와 달리 반년 후에는 그 별이 지
구에서 멀어진다. 이때 빛의 속도는 초속 299,970km가 된다. 갈릴레이의
상대론이 옳다면, 그 별에서 오는 빛의 속도는 이처럼 1년 주기로 달라져
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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