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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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던 바와 같이 직관적인 추론을 통해 선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관측이라는 후천적 경험으로 형성되는 시공간이며, 나와 관측
대상 사이에 형성된 연기적 관계를 통해 구성되는 시공간이다. 그건 주
어진 시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내는 시공간이다. 우리는 그런 우주
에서 산다.
절대시간과 절대공간은 없어도 보편적 원리는 존재한다 아인슈
타인의 상대론을 처음 접하면 아주 복잡한 세계에 들어선 느낌을 받는다.
절대시간과 절대공간이 사라지면서 시간과 공간이 서로 연결돼 넘나들고,
모든 존재자는 각기 다른 각자의 시공간에 산다. 그러나 현상이 아무리 복
잡하더라도, 그 모든 세계에 두루 적용되는 원리가 존재한다. 상대성 원리
principle of relativity다.
우리 우주는 아주 복잡하다. 수천억 곱하기 수천억 개의 항성이 존재하
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명체가 산다. 그 모든 것이 각자의 세계를
형성한다. 그 모습이 아무리 다양하고 복잡하더라도, 그 모든 세계에 두루
적용되는 근원적인 보편 원리는 존재한다. 무엇인가?
천체의 세계가 성주괴공하고 생명 세계가 생주이멸한다는 것에는 예외
가 없다. 제행諸行이 무상無常하고 제법諸法이 무아無我인 연기緣起의 세계
다. 그래서 일체의 모든 것이 空이다. 다른 무엇이 없는 이 연기공緣起空의
세계에서 꽃이 피고 새가 날며, 매 순간 변하는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각
기 다른 수많은 별이 빛난다. 성철 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고 하
셨다.
부산 고심정사 석문숙 불자 제공. 4월8일 부산 승학산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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