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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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일부로 포함된다[貪癡一分攝]”고 했다. 자신이 한 일을 부정하고, 자신의
재산을 모른다고 숨기는 이유는 자신의 과거행적 때문에 더 큰 명예와 권
력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욕망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욕망은 명예나 권력,
물질적 부를 천 년 만 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어리석음에 기인한다. 결
국 솔직하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내면의 탐욕과 어리석음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업業은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거짓말로 둘러댄다
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법구경』에 보면 “허공도 아니요, 바다도 아니다.
깊은 산 바위틈에 들어가 숨어도 일찍이 내가 지은 악업의 재앙은 이 세상
어디서나 피할 곳 없다.”고 했다. 자신이 지은 업은 늘 자신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허공 속에 숨고, 깊은 바다 속이나 험준한 산에 들어가 숨어도
업은 늘 자신을 따라다닌다. 그래서 『42장경』에서는 “메아리가 소리에
응應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이 끝내 재앙을 면할 수 없다.”
고 했다. 내가 행한 악업은 메아리가 소리를 따르고, 그림자가 형상을 따
르는 것처럼 언제나 나를 따라다니고,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
이 언제나 나를 따라다닌다.
물론 자신의 과거를 잘 숨겨서 선거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
이 곧 업의 소멸이나 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지은 업으로부
터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발로참회發露懺悔이다.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고
백하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다시는 그런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을 때 비
로소 업은 소멸되고, 나로부터 분리된다.
업은 썩지 않는 씨앗과 같다. 죄과를 은폐하는 것은 마치 씨앗을 땅에
파묻어 두는 것과 같다. 씨앗을 땅에 묻어두면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
만 때가 되면 씨앗은 발아하고 누구나 볼 수 있는 나무가 된다. 하지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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