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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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을 밝은 햇볕에 내놓으면 말라버리고 만다. 사람의 업도 그와 다르지 않
다. 잘못을 뉘우치고 대중 앞에 드러내 놓고 합당한 대가를 받으면 땅위에
꺼내놓은 씨앗처럼 더 이상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거나 번뇌가 되지 않는다.
숨겨져 있던 후보들의 과거가 선거라는 검증과정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
났다. 그럼에도 진영논리와 시류에 의해 허물은 덮이고 승리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선거에서 이긴다고 해서 업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패한다
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선거의 승패와 무관하게 드러난
의혹에 대해 고백하고 참회하는 것만이 공인으로서 바른 자세이며, 업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
각시붓꽃
부산 고심정사 석문숙 불자 제공. 4월8일 부산 승학산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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