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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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이른바 사바고해娑婆苦海인 까닭
에 그 양변을 여의지 못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중도를 정등각했다.”고 선언하신 것은 바로 그 모든 양변을
버렸다는 말씀입니다. 곧 나고 죽는 것도 버리고, 있고 없는 것도 버리고,
악하고 착한 것도 버리고, 옳고 그른 것도 모두 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모
두 버리면 시도 아니고 비도 아니고,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고, 유도 아니
고 무도 아닌 절대의 세계가 열리는 것입니다. 이렇듯 상대의 모순을 모두
버리고 절대의 세계를 성취하는 것이 바로 해탈이며 대자유이며 성불인 것
입니다.
모든 대립 가운데에서도, 철학적으로 보면, 유有 무無가 가장 큰 대립입
니다. 중도는 ‘있음[有]’도 아니고 ‘없음[無]’도 아닙니다. 이것을 ‘비유비무非
有非無’라고 하니, 곧 있음과 없음을 모두 떠난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다시 유와 무가 살아납니다[亦有亦無]. 그 뜻을 새겨 보면 이러합니다. 곧 3
차원의 상대적인 유와 무는 완전히 없어지고 4차원에 가서 서로 통하는
유무가 새로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유무가 서로 합해집니다. 그러므
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유무가 합하는 까닭에 중도라 이름한다[有無合故名爲中道].” 1)
불생불멸의 원리에서 보면 모든 것이 서로서로 생멸이 없고, 모든 것이
서로서로 융합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고, 모든 것이 무애자재하지 않으
려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곧 있
1)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T12, p.819b), “佛性 非有非無 亦有亦無. ...有無合故 卽是中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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