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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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는 것이라[有卽是無, 無卽是有].’ 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내용을 그 다섯 비구에게 설법하니 그들은 짧은
          시일 안에 곧 깨달음을 성취하였습니다. 이것이 유명한 초전법륜입니다. 이

          렇듯이 초전법륜의 근본 골자는 중도에 있습니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완전

          히 버리고, 옳음과 그름을 버리고, 있음과 없음을 버린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마치 구름이 완전히 걷히면 밝은
          해가 나오는 것과 같아서, 거기에는 광명이 있을 뿐입니다. 유와 무를 완전

          히 버리면 그와 동시에 유와 무가 서로 통하는 세계, 곧 융통한 세계가 벌

          어지는 것입니다.
           눈을 감은 세계에서는 있고 없음이 분명히 상대가 되어 존재하지만, 눈
          을 뜨고 보면 유와 무, 곧 있고 없음이 완전히 없어지는 동시에 유와 무가

          완전히 융합해서 통하게 됩니다. 이렇듯 중도의 세계란 유·무의 상대를 버

          리는 동시에 그 상대가 융합하는 세계를 말합니다. 양변을 버리는 동시에
          양변을 융합하는 이 중도의 세계가 바로 모든 불교의 근본 사상이며, 그
          리고 대승불교 사상도 여기에 입각해 있습니다.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이다.
              一卽一切, 一切卽一.      3)




           『화엄경』에서 말하는 이 사상도 중도에서 나온 것입니다. 하나와 일체라




          2) 『신심명信心銘』(T48, p.1055a), “有卽是無 無卽是有.”
          3) 『화엄경탐현기華嚴經探玄記』(T35, p.111a), “謂法界自在具足圓滿 一卽一切 一切卽一 無礙法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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