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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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아래에는 사바세계(현실)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불교가 전파되면서도
이러한 공간적 인식은 그대로 우리에게까지 전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불교의 시작은 중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데, 건축 또한
동아시아가 같은 문화권에 속해 있다. 그렇다고 불교건축이 동아시아에서
같은 양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며 특히 산문 시스템이 그렇다.
초기 사찰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궁궐 인근에 들어섰지만 시간이 지
나면서 지방세력도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에 부응한 불교는 이미
자리 잡은 삼론학이나 화엄학과 같은 성격의 불교가 아니라 막 전파되기
시작한 선문禪門들이었다. 이들이 추구하는 수행법상 산을 선호하였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수행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작은 사찰도 짓기 시작하였다.
물론 선문만 산을 선호했다는 것은 아니다. 교학적 성격의 사찰들도 역
시 면학을 위해서는 산속에 사찰 짓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풍부해진 산문 시스템
사찰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무렵 규모를 갖춘 사찰들은 어디에 위치하
든 사찰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표식을 세우기 시작하
였는데, 바로 당간이다. 하지만 당간은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고려 말로 추정되는 회암사나 통도사의
당간이 마지막으로 보인다.
공교로운 일인지 가장 이른 일주문
이 기록상 1337년 통도사에서 확인되
며, 남아 있는 것으로는 15세기 후반인
사진 1. 불교의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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