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고경 - 2021년 5월호 Vol.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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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르니쿠스적 발상에는 뭔가 그만한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사찰에서 산문이란 단순한 출입만이 아니라 ‘필터링’의 의미가 있다. 필
             터링이란 곧 경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 문을 통과하면 정화淨化된다는 의

             미이다. 이런 필터링의 효과는 모든 문이 갖는 기능인데, 이런 기능의 문

             을 중첩에서 늘어놓는다는 의미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깨끗해진다는
             것이며, 더불어 실제 이동하는 거리에서 느끼는 거리보다 좀 더 많이 이동
             한 것처럼 느끼도록 공간을 분절해 놓는 것이다.

               이렇게 문을 통해 공간을 분절하는 의도는 깊이감과 신성함을 효과적으

             로 느끼도록 하는 건축적 장치인 것이다.


                각 문의 역할




                일주문
               일주문은 실제 기둥이 하나가 아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일주一
             柱란 의미는 당간의 상징성을 유지하면서 내부공간을 갖지 않아야 경계를

             구분 짓는 의도가 좀 더 분명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형식이 되

             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보림사의 경우 4주 1칸이기 때문에 일















             사진 5. 쌍계사 기사 문수와 나라연 금강.     사진 6. 분황사탑의 인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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