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21년 6월호 Vol.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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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제 잘난 싸움마당에서 춤추는 미친 사람이 되고 말아서 공부 길
          은 영영 멀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부인은 세상에서 아무 쓸 곳이
          없는 대낙오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오직 영원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희생해서 버리고, 세상을 아주 등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버림

          받는 사람, 어느 곳에서나 멸시당하는 사람, 살아나가는 길이란 공부 길밖
          에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상에서뿐만 아니라 불법 가운데서도 버림받은 사람, 쓸데없는 사람이

          되지 않고는 영원한 자유를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천태 지자 대사 같은

          천고의 고승도 죽을 때 탄식하였다.
           “내가 만일 대중을 거느리지 않았던들 육근청정六根淸淨의 성위聖位에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의 어른 노릇 하느라고 오품범위五品凡位를 벗

          어나지 못하였다.”

           지자 대사 같은 분도 이렇게 말씀하였거늘, 하물며 그 외 사람들이랴.



            4) 하심下心
           좋고 영광스러운 것은 항상 남에게 미루고, 남부끄럽고 욕되는 것은 남

          모르게 내가 뒤집어쓰는 것이 수도인의 행동이다.
           육조 대사六祖大師가 말씀하셨다.
           “항상 자기의 허물만 보고 남의 시비, 선악은 보지 못한다.”                 2)

           이 말씀이야말로 공부하는 사람의 눈이다.

           내 옳음이 추호라도 있을 때에는 내 허물이 태산보다 크다. 나의 옳음
          을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라야 조금 철이 난 사람이다. 그렇게




          2) 『육조단경六祖壇經』(T48, 354b), “常自見己過 不說他人好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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