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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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는 일심一心·본각本覺 등 대승불교의 긍정형 기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모든 불교이론의 차이들을 통섭적으로 화해시키는 통섭通攝·화쟁和諍의 거대 이

             론체계를 수립하는데, 이 작업 과정에서 중도관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그리고
             원효는 중도의 체득방법으로 ‘이해(觀)와 마음(一心)’의 문제를 치밀하게 다룬다.

             성철이 강조하는 선종의 간화선과 원효가 거론하는 ‘이해와 마음’에 관한 통찰이
             어떤 내적 연관을 맺을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은 흥미롭고도 긴요한 과제이다.

             이 글에서는 그 실마리를 잡아보려고 했다.



               붓다는 ‘빠져나오는 마음자리’에 눈뜨게 하는 수행인 정지(正知, sampajānāti)의
             구체적 방법을 ‘일상의 심신 현상에 대한 알아차림’의 방식으로 제시해 준다. 그

             리고 선종은, 붓다의 정학/선 법설의 취지를 계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지正
             知에 관한 방법론적 장치마저도 붓다의 방식을 계승하고 있다. 이에 비해 원효의

             ‘일심 여정’에는 붓다와 선종에서 목격되는 것과 같은 ‘빠져나오기 방식의 일상
             적 행법’에 관한 직접적 언급은 없다. 그러나 정학/선의 의미와 내용을 정밀하게

             밝혀주는 철학, 붓다와 선종이 제시하는 ‘정지正知의 일상적 행법’의 철학적 근거
             와 토대는 탁월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원효와 선종의 선관은 붓다의 정학/선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그 새로운 관점의 철학적 기초를 공히 유식唯識 통찰에서 마련하
             고 있다. 그런데 선종은 자신의 유식적 기반을 간명한 형태와 압축적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그치고, 대부분의 관심을 ‘빠져나오는 마음 국면/자리’를 확보하는
             방법론적 행법에 집중한다. 선종의 언어는 철학적 내용을 담은 경우라도 결국은

             이 방법론적 행법을 이론적으로 분명히 하려는 의도와 관련되어 있다. 이에 비해
             원효는, ‘빠져나온 마음 국면/자리의 확보’와 ‘그 국면/자리에서 이해들을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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