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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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하였다. 지적 이해를 막아서거나 비껴가는 격외선지格外禪指 방식들은 선에 대
             한 부적절한 신비주의적 인상을 불러일으켰고, 남들 모르는 경지를 알고 있다며

             행세하기 위해 난해한 격외 언구들만 골라 허세 부리려는 도인병의 단초를 마련
             하기도 하였으며, 흉내 내기의 사이비성과 진짜 적통嫡統을 분간하기 어렵게 만

             들기도 하였고, 구도의 기초인 합리적 성찰과 지적 능력의 경시 현상을 초래하기
             도 하였다. 마음방식 행법을 이해방식 행법과 분간하여 그 고유성을 지키려는 선

             종의 고심과 노력 및 성취는 분명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창발적이며 탁월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선종 언어가 품고 있는 그 독특한 이력을 제한적으로 계

             승할 필요가 있다. 선종 말기의 언어방식만이 마치 선禪의 생명력이나 최고경지
             를 드러내는 유일한 방식으로 간주하여 ‘무조건적’으로 추앙하는 것은 재고되어

             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종 특유의 언어방식에 대한 선호와 열정이 자칫 자폐적
             인 자기완결에 갇히게 되면, 선종이 품은 위대한 생명력과 기여능력은 오히려 훼

             손될 것이며, 자칫 박제화剝製化‧박물화博物化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간화문의 언어가 대변하게 된 선종의 수행론은, 마음방식 행법의
             편향성에 노출되어 있다. 이해방식의 시선과 차별화시켜야 할 필요성에 집중하

             다 보니 생겨난 치우침이다. 그리고 이해/언어적 사유에 대한 과다한 부정적 태
             도는 그 편향성의 후유증이다. 선종의 언어 적대적 분위기는 장기간 누적되었으

             며, 현대 선종 구성원들에게까지 계승된 언어 부정적 태도는 아직도 충분히 극복
             되지 않고 있다. 지적 사유와 성찰은 어쩔 수 없이 개념에 기대어 있다는 점에서

             ‘언어적’이다. 이해방식 행법은 이 언어적 사유의 긍정적 가능성을 적극 활용하
             고자 하는 시선이다. 해탈 수행에서 차지하는 언어적 사유의 역할과 가치는 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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