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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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 놓고 탐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개방적 탐구를 위해서는, 붓다 법설의 본의本意가 이미 기존의 교학들
             이나 수행론들에 의해 온전하게 드러났다고 보는 신념이나 기대도 유보하는 것

             이 일정 부분 필요해 보인다. 이미 신행信行의 제도와 현실을 규정하고 있는 교학
             적/수행론적 관행에 갇히지 않고 붓다와 대화하려면, 탐구하고 수용하지만 머물

             지 않는 ‘열린 유동성’, 만나면서도 헤어지는 ‘접속하되 거리두기’를 시도해야 한
             다. 예컨대 붓다의 연기 통찰을 읽는 다양한 교학체계들, 그 다양한 연기해석학

                                                                  60)
             들만 보아도, 이러한 근원적 열린 탐구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이해 행법
             과 마음 행법, 혜학과 정학의 내용과 의미 및 관계를 어떻게 포착하고 치우침 없

             이 소화하는가에 따라, 지눌의 돈오점수론과 성철의 돈오돈수론이 지니는 진리
             담론으로서의 의미와 전망도 결정될 것이다.



                5. 중도에 대한 철학적 독법이 여는 길



               원효사상에 대한 기존의 탐구들은 그의 사유를 ‘차이에 대한 통찰’로 읽지 않

             는 것이 전반적 경향이다. 원효나 성철의 언어뿐 아니라, 붓다의 법설과 교학 이
             론들의 의미를 탐구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원인을 추정해 볼 수 있지만, ‘相’

             으로 한역漢譯된 용어를 그 철학적 의미에 대한 성찰을 반영하지 않고 그저 ‘상相’
             이라 하거나 일상언어적 의미인 ‘모양’으로 이해하여 관련 문장과 이론의 뜻을

             해석하는 관행도 주요한 원인이다. 붓다의 육근수호 법설에서 구사되는 상相




             60)  이와 관련된 논의는 「붓다의 연기법과 불교의 연기설  연기해석학들에 대한 의문  」(『철학논총』제82집, 새한철학회, 2015)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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