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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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불교 전통에서 적극적으로 포착되고 승인되어 왔다.
그런데 선종은, 이해방식 행법의 핵심인 ‘언어적 사유’의 한계와 장애는 적극
적으로 부각시키는 동시에, 언어적 사유의 긍정적 역할과 가치는 과도하게 축소
내지 외면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축적시켜 갔다. 이해방식 행법과는 구별되어
야 할 마음방식 행법을 부각시키고 수호하기 위한 열정 때문이다. 그 결과 선문
구성원들은 전반적으로 ‘언어적 사유에 대한 관심’이 저하되어 있다. 이미 지눌
이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선종 내부는 언제부턴가 ‘언어적 능력’이 결핍되
어 있다. 지적 호기심과 이지적 사유에 부정적이거나 시큰둥하고, 지적 성찰과
담론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선종의 마음방식 행법과 그 돈오는 해탈수행에서 매우 중요하며, 붓다가 설한
선 수행을 소화해 온 여타의 전통들이 간과한 붓다의 의중과 초점을 복원시켜 줄
수 있는 중차대한 기여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종의 마음방식 행법의 통찰
이 이러한 기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해방식 행법의 내용과 역할을 충분히 탐
구하여 소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지적 탐구, 이해의 계발과 적용, 연기적 성
찰과 사유능력의 계발에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음방식 행법의 전
통이 자신을 이해방식 행법으로써 제대로 보완하기 위해서는, 선행 혹은 병행되
어야 할 과제가 있다. 이해방식 행법의 수행전통이나 그것을 뒷받침하는 전통교
학도 기존의 통념에 구애받지 말고 되짚어 보아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위
해서는 과감한 열린 탐구가 필요하다. 이미 나름대로 뿌리내린 이해방식 행법과
그와 관련된 교학의 관점도 제한적 타당성을 지닌 해석학적 선택으로 간주하고,
59) 이에 관한 논의는 「언어, 붙들기와 여의기 그리고 굴리기-화두 의심과 돈오 견성의 상관관계와 관련하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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