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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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하다. 자칫 소모적 논란이 된다. 차라리 논의의 초점을 ‘일여一如’의 의미
          에 대한 성찰에 두는 것이 생산적이다. ‘연기‧중도‧무아의 깨달음과 일여一

          如의 문제’를, ‘불변‧동일의 본질을 지닌 궁극실재와의 하나됨을 주장하는 신비
          주의 시선과 일여一如의 문제’에 대비시켜 성찰하는 것은 유익하고 생산적이다.

          성철에 대한 비판적 시선들이 흔히 논거로 삼는 것이 ‘오매일여’ 문제인데, 그 비
          판의 초점은 부적절하고 내용은 부실하여 ‘깨달음 담론’의 형성과 발전에 기여하

          지 못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성철이 펼쳐내는 상당법문은 선문 언어 후반부 양상의 정점을 보여준다. 성철
          이 수호하려는 선종의 마음방식 행법과 그 정학적 돈오는, 붓다의 정학과 선 수

          행에 대한 전통 시선에서 간과되어 온 새로운 초점과 오의奧義를 복원시켜 준다
          고 생각한다. 성철은 이 선종의 마음방식 행법이 오해되고 쇠잔해 가는 것을 못

          내 안타까워하면서 그 수호와 복원에 전심전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몸으로 계승하고 익힌 마음방식 행법은 간화문이었기에, 마음방식 행법을 드러

          내는 그의 상당법문 언어는 『본지풍광本地風光』 류類의 격외언구格外言句가 주된
          방식이다. 성철의 선어禪語는, 마음방식 행법과 정학적 돈오를 담아내고 유통시

          키기 위한 선문禪門의 언어적 시도 가운데서도 ‘말기 유형’에 해당하는 언어방식
          이다. 마음방식 행법의 맥락 안에서 구사하는 선지禪指 굴리기가, 겹겹으로 꼬일

          대로 꼬이고, 고도화될 대로 고도화된 방식들이다. 혜능이나 그의 1세대 후학들
          의 언어와는 현저히 구별되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주제와는 직결되지 않지만, 간화선을 중도 체득의 방법으로 강조하는 성철의

          중도관을 대하면서 품게 되는 문제의식을 덧붙여 본다. 성철이 구사하는 것과 같
          은 후기 선어의 양상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동시에 예기치 않은 부작용도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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