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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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0호 | 별책부록 |           1. 성철과 원효




                                               중도를 거론한다는 것은 붓다 법설을
                                             포괄하는 매듭을 다루는 것이다. 붓다
             중도中道의                           법설의 모든 유형과 내용은 이 중도에서

             철학적 의미            ※             발산하는 동시에, 법설의 모든 다채로운

             성철·원효·붓다에 기대어                   변주는 다시 중도로 수렴된다. 붓다의

                                             언어 체계 속에는 모든 법설이 발산하고

                                             수렴되는 다수의 매듭이 목격된다. 모든
              박태원  울산대 철학과 교수
                                             유형의 법설을 포괄하고 또 펼쳐내는 상

                                             위의 원리에 해당하는 것들이 그 매듭들




                                             ※  몇 년 전 정초에 잊지 못할 꿈을 꾼 적이 있다. 부처님,
                                               원효, 성철 세 사람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
                                               고 있었다. 정면에는 훤하게 잘생긴 젊은 부처님, 옆
                                               모습이라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당한 풍모의 원
                                               효, 사진으로 익히 보던 부리부리한 안광의 성철스님.
                                               세 분이 서로 웃으며 이야기하는 곁에 내가 서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희열과 환희심이 솟구쳐 꿈속에서 ‘
                                               이게 꿈이라면 제발 깨지 말아라!’ 하였다. 깨고 나서
                                               는 ‘그간의 탐구가 세 분의 사상과 가장 깊은 인연이
                                               있다는 자기 암시이겠구나!’ 하였다. 교직에서 퇴임하
                                               게 되는 학기에 세 분의 통찰에 기대어 중도의 철학적
                                               의미를 짚어보는 것이, 그래서 나에게는 각별하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 효암학원 이사장 채현국 선생님의
                                               부음을 접했다. 일면식도 없는 분인데 3년 전쯤 연구실
                                               로 전화를 주셨다. 필자의 『원효의 화쟁철학』을 읽고
                                               공감이 되어 전화했다며 울산에 한 번 들리겠다고 하
                                               셨다. 끝내 대화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그분을 보내게
                                               되어 아쉽지만, ‘시대의 어른’ ‘영원한 자유인’이라는
                                               세평이 잘 어울리는 분으로 보였다. 80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철학 관련 책을 찾아 읽는 탐구 열정이 존경
                                               스러웠다. 그분을 기리는 마음도 이 글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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