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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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기획과 광활한 전망, 그 정밀하고 수준 높은 성찰과 탁월한 혜안, 가늠하기
             어려운 깊이의 내공은 음미할수록 경이롭다. 소름이 돋곤 한다. 성철의 백일법문

             에서는 그러한 원효의 체취가 물씬 풍긴다. 한반도라는 같은 공간에서 1200여
             년 떨어진 두 시점에, 경이로운 기획과 전망을 구현해내는 유사한 체취의 두 인

             물이 등장하였다는 것은 지금 여기의 우리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두 거대한
             고봉이 품은 굽이굽이 깊은 산골짜기와 절경은 볼수록 놀라운 것이지만, 많은 후

             학은 아직 이 거대 고봉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정도이다. 거대 고봉이 품은
             지혜의 의미를 길어내는 두레박에는 빈약하거나 엉뚱한 내용물이 담긴 경우가

             자주 목격된다. 용어와 이론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원전 용어
             와 논리를 그대로 채택하여 의미전달과 소통이 어려운 방식의 글들도 드물지 않

             다. 또 교학 이론의 논리나 용어를 그대로 채택하여 탐구하는 경우는 동어반복적
             의미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두 거대 고봉을 탐방하기 위해 갖

             추어야 하는 역량이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다만 근자에 들어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연구물들이 불교학 전반에 걸쳐 점증하

             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태부족한 역량에도 불구하고 거듭거듭 등반과 탐방에
             나서는 의욕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무엇이 부족하여 겉돌거나 깊이 진입하지 못

             하는지를 알게 된다. 결핍을 채우려는 의지와 노력은 정직한 자기 확인에서 출발
             하는 법. 변변치 않은 역량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필자가 이들 거대 고

             봉의 탐방길에 동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 탐구의 방법론




               붓다의 법설과 그에 대한 후학들의 이해 체계인 교학, 그리고 붓다의 법설과 교
             학을 성찰과 수행 및 실천으로 탐구하여 그 성취를 담아낸 언어들 - 이런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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