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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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를 전망하고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법론의 폐기가 아니라 중심자리
의 다원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문헌과 주석의 이론과 개념을 체계적으로 분
류‧분석한 후 그 문헌학적‧주석학적‧교학사상적 의의를 확인하는 작업은, 학
문적 요청의 상당 부분을 충족시킨 것으로 보인다. 지속되어야만 하는 번역‧재
번역의 축적작업을 제외하고는 학문적 기여도를 확보할 작업영역이 갈수록 줄
어들고 있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기존 불교학의 교학적 방법론을 그대로 답습하
는 연구작업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교학적 방법론에 의한
연구물들이 현대의 다양한 언어지형들과 접속하여 상호작용하는데 취약할 뿐
아니라, 일정한 해석학적 자기 제한에 갇혀 있다는 것이 비판의 주된 배경으로
보인다.
문헌학‧주석학‧교학이 결합하여 구성한 기존의 불교학 연구방법론과 연구
내용은, 주석과 교학이론을 수립한 선행 해석학에 대한 이해와 정리에 그치는 경
향이 농후하다. 남방‧북방의 해석학적 시선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체계화시
켜 계승하는 것은 교학의 주된 과제가 분명하다. 그런데 교학에 관한 탐구들이
암암리에 공유하는 전제가 있다. 붓다가 보여준 길이 선행 교학에 의해 온전하게
드러났다고 하는 믿음이다. 그리하여 남방과 북방의 해석학적 안목들을 정확하
게 이해하여 선택하거나 종합하기만 하면 충분할 것이라 여기는 것이, 교학 일반
의 암묵적 전제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과연 얼마나 타당할까? 붓다의
지혜와 그것을 탐구하려는 통찰의 계보를 불학佛學이라고 불러본다면, 불학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응답하는 과정에서 수립되었다고 본다. 첫째
는 <붓다의 법설에 담긴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이 현재 우리가 접하는 남방과 북방의 다양한 교학이다. 둘째는 <교학은 얼
마나 정확하게 이해되고 있는가?>이다. 주석학적 전통과 그것을 계승하는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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