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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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이다. 예컨대 원효의 사유를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언어들이나 하이데거,
칸트, 니체 등 서양철학과 대비시켜 음미하는 일종의 격의格義적 독해가 그것이
다. 이 격의적 방법론은 교학의 전통적 방법론에 갇히지 않고 원효의 언어를 현
대 언어지형에 접속시켜 소통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격의格
義’(다른 사유와 언어를 빌려 이해하는 방식)의 임차적 읽기에 쉽게 수반하는 맥락 일탈
과 의미 불상응의 덫이 언제나 가까이 따라다닌다.
‘불교를 축으로 삼아 형성된 것들에 대한 학적學的 탐구’는 모두 불교학이라 부
를 수 있다. 그러나 불교학의 내용을 학문 범주별로 구별할 때는 ‘불교학’ ‘불교
사학’ ‘불교문학’ ‘불교철학·불교윤리학’ ‘불교문화‧불교예술’ 등으로 대별되고
여기에 ‘불교심리학’ 등의 응용불교학이 추가된다. 이처럼 불교학이라는 개념은
총괄적 의미로 채택되기도 하고, ‘불교에 관한 학적 탐구’ 안의 개별적 고유범주
를 지칭하기도 한다.
고유 범주의 엄밀한 구분 없이 사용되는 경우의 ‘불교학’은 융통성 있는 개념
이기도 하고 애매한 용어이기도 하다. ‘불교에 관한 학적 탐구’의 한 고유범주로
서의 불교학도 그 의미와 내용은 명료하지 않다. 이런 경우의 불교학은 ‘교학에
관한 탐구’가 그 핵심의미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교학 탐구의 방
법론을 주도하는 것은, 문헌학과 주석학注釋學의 결합 형태이다. 언어학과 서지
학에 의거한 문헌학적 탐구와, 불교용어와 이론에 대한 선행先行 주석의 의미 파
악과 체계적 재구성이 결합되어, ‘교학의 전통체계’를 호교적護敎的으로 재구성
해 가는 방식이 교학적 방법론이며, 불교학 방법론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종
학宗學불교의 근대적 계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헌학과 주석학을 기반으로 하는 교학적 불교학은 불교 이해와 탐구의 기초
를 확립한다는 점에서 유익하고 또 필수적이다. 그러나 교학적 불교학은 이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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