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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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소장 문헌 목록에 한국본, 중국본, 일본본으로 구분하여 가나다 서명
순으로 책의 서지사항이 소개되어 참고가 된다. 상세 서지사항과 이미지 자
료를 인터넷으로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kabc.dongguk.edu)에서도 확
인할 수 있다. ‘결정서決定書’라 적힌 한 장의 메모가 도록 말미에 수록되어
있다(404쪽). 큰스님이 생전에 공개하지 못하고 미완으로 남긴 메모를 『증여
계약서목』에서 찾은 것이다.
“퇴옹 성철의 소장 서적은 퇴옹 원적 후 퇴옹문도들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보호하여 개인의 관여를 불허하며 지금과 같이 계속하
여 백련암에 보관한다.”
큰스님이 백련암 책에 대해 남기신 마지막 유훈이다. 큰스님은 소장한
불서마다 ‘법계지보法界之寶’라는 인장을 날인해 두었다. 1947년에 증여받
은 책을 봉암사에 봉안하시면서 ‘널리 법해의 나루를 건너는 뗏목과 오래
도록 인천의 안목’이 되길 지극히 기원하셨다. 지금껏 비장祕藏되었던 큰
스님의 책을 공개하면서 원택 스님도 이 시대에 경책과 나침반이 되기를
기원하신다.
한문으로 된 불교 고서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이들이 점점 줄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무리 법계의 보물이라 해도 그것을 뗏목과 안목으로 삼을
수 없다면 과거의 유물로만 남을 것이다. 선조들이 불교의 교리와 실천을
모색할 수 있었던 책을 소중히 전승했듯이, 현재에도 널리 읽혀지고 실
참實參으로 삼을 때 비로소 전등의 의미도 살아날 것이다. 법계의 보물이
그렇게 면면히 전승되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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