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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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산문시(<소뢰의 운명>), 청년의 본뜻을 낙관적으로 전개한 작품(<젊은이들
아>), 근대의 삶과 거리가 먼 평범한 촌로의 여유 있는 삶을 부러워하는 작
품(<산옹의 부>), 젊은이가 광야에 독보하는 듯 미몽에 반환하는 듯한 삶의
불안한 심리를 영탄조로 토로한 작품(<하트의 상처>) 등이 있다. 내용과 함
께 산문시 율격을 채택하는 등 좀 더 다양한 시도가 전에 비해 두드러진
다. 한시로는 김구하와 서해담의 화답시가 유일한데 가을 산속의 풍경과
나그네가 느끼는 감상을 읊은 전통적인 칠언절구이다.
소설은 『축산보림』에 이어 <혈가사> 마지막 회차가 연재되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소개하면, 먼저 주인공은 이 협판의 딸 이숙자와 안동에서 올라
온 고학생 권중식이다. 이 협판의 딸 이숙자는 고등여학교 2학년생으로 친
구들과 함께 남산공원에서 자살을 기도하는 한 청년을 만난다. 그는 안동
에서 올라 온 권중식으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성에 유학을 위해
왔으나 생활난으로 고향에 편지를 보내고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이숙자
는 권중식을 집안으로 데리고 와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3년
후 이숙자는 19세로 학교를 졸업하는데 어머니는 매정하게도 딸을 당시 귀
족으로 돈 많고 호색한인 40여세의 반늙은이인 정 남작에게 시집을 보내
려 작당을 한다.(그녀는 사실 친어머니가 아니었다) 권중식은 그 사이에 25, 6세
의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멋진 청년이 되었는데 탑골공원에서 서로의 애
정을 확인하고 헤어질 때, 정 남작은 멀리서 숙자를 보고 육욕을 참지 못
하고 탐을 낸다. 어느 날 밤 열두 시가 넘은 시각에 남산공원에 정 남작이
등장하며 한 남자가 나무에 목을 매고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 돌아
가는 장면으로 『축산보림』의 연재는 마무리되었다.
『조음』에서는 남산에서 죽은 또 다른 사람은 정 남작이며, 그의 손에 쥐
어진 머리카락은 이숙자의 것으로 밝혀졌다. 탐정 방규일, 윤석배가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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