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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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삼생의 원수인 물욕으로 인하여 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으니, 물욕
을 버리고 본래 낙원인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합니다.”
✽ 다른 절들은 오색현란한 불탄봉축등 달기가 한창인데 백련암엔 등이 하나
도 안 보이는군요.
“불탄등佛誕燈은 부처님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며, 모든 생명의 마음의
등불을 상징하는 것이지요. 모든 생명은 무한하고 영원한 마음의 등불을
다 가지고 있어서 항상 우주를 비추고 있습니다.
초파일에 특별히 등불을 켜는 것은 이같은 마음의 등불을 표시하며 자
축하는 거룩한 행사지요. 마음의 등불이란 한낮에 뜬 해처럼 우주를 항상
비추고 있으니, 또 다른 등을 켠다면 이는 대낮에 촛불을 켜는 것과 같습
니다. 그래서 백련암은 초파일 등불을 따로 켜지 않습니다. 이처럼 ‘등불을
켜지 않는 것’은 등불의 본체를 알기 때문이요, 반면에 ‘등불을 켜는 것’은
비단 위에 꽃을 던짐과 같은 것이니, 두 가지 다 좋은 일이지요.”
✽ 산은 산, 물은 물과 같은 평상심平常心의 진리는 어떻게 하면 체득할 수 있
는지요.
“산은 산, 물은 물이라고 함은 누구든지 보고 누구든지 말할 수 있는 지
극히 평범한 표현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깊은 뜻이 있어서 이것을 바로
보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선가禪家에서는 이를 바로 보면 대도大道를 성
취했다고 하지요. 자세히 말하면, 인간은 대개가 잡념 속에서 살고 있습니
다. 잡념이 끊이지 않은 상태로는 이를 바로 볼 수 없으며 잡념을 끊은 무
심無心에서도 바로 볼 수 없으니, 이는 무심이 아직 마음의 눈을 가리고 있
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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