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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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다고 봅니다. 삐뚤게 나간 길은 팔만대장경대로 바로잡아야지요.”
✽ 불교의 인재 양성을 위한 승려 교육제도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요.
“종교인으로서 사회에 봉사하려면 최소한 학사 정도의 자격은 갖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 승려가 될 때 대학졸업 이상이 아니면 승려증을 발
급하지 말아야 합니다.
국가의 장래가 2세 교육에 달려 있고, 한 가문의 성쇠도 자녀 교육에 달
렸다고 해서 소중한 논밭을 팔아 학비를 보내고 모자라면 마침내는 살고
있는 집까지 팔아서라도 자녀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부모의 당연한 열성이
아닙니까. 그러니 불교 교단도 승려 교육을 최대 과제로 새롭게 인식하여
이에 총력을 다 하여야 할 것입니다.”
✽ 불교와 다른 종교와의 대화 필요성은 어떠한지요?
“불교는 일체 만법의 간격이 없고 평등하므로 자타 종교와 구별을 않지
요. 몇 해 전 연세대 신학대학원의 독일인 교수가 고명한 한국인 교수와
함께 와서 대화를 나눈 일이 있어요. 그때 ‘나는 한국인, 당신은 독일인,
또 당신들은 예수교, 나는 불교이니 각자의 입장을 고집하면 대화가 될 수
없다, 한국인, 독일인, 예수교, 불교 다 버리면 결국 남는 것은 사람뿐이니
사람끼리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지 않느냐’고 제의했습니다. 모두들 찬동
하여 밤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참으로 허심탄회하게 많은 의견을 교환하
고 즐겁게 헤어졌어요.
이렇게 각각 자기를 비우고 남을 존경하는 대화는 얼마든지 좋습니다.
그러나 각자의 고집을 버리지 못하면 싸움만 계속될 뿐 아무런 소용이 없
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1983년 5월20일 중앙일보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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