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P. 76
『 』 제101호 | 시詩와 선禪 선과 시 4 | 혼자 두세 시간 걷고 싶을 때가 있
확연무성廓然無聖
습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
기 자신의 눈치도 보지 않고 걷고 싶
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 마음
책바위와 은 산 속의 나무뿌리처럼 물을 찾아
확연무성 뻗어갑니다.
오늘은 중고교 동창생들과 함께
북지장사로 산행하는 날입니다. 모두
서종택 시인
스무 명이 모였습니다. 차는 대구방
짜유기박물관 앞 도로변에 세워두고
출발합니다. 칡꽃 향기가 은은하게
산기슭을 휘감고 있습니다만, 칡꽃
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우리는 포장된 길을 피해 인적이 드
문 소나무 숲길을 선택합니다(사진 1).
1.3km에 달하는 소나무 숲길은 기쁨
과 안심 그리고 마음에 위안을 줍니
다. 사람은 걸을 수 있는 만큼만 존
재한다고 말한 사람은 샤르트르입니
다. 부슬비가 살짝 내리자 흙냄새, 낙
서종택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1976
년 시). 전 대구시인협회 회장. 대구대학 엽냄새, 풀냄새가 사람들 키 높이로
교 사범대 겸임교수, 전 영신중학교 교
장.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저서로 『보물 올라옵니다. 잡풀 무성한 개활지를
찾기』(시와시학사, 2000), 『납작바위』(시 지나 바람 한 점 없는 못 둑에 올라
와반시사, 2012), 『글쓰기 노트』(집현전,
2018) 등이 있다. 섭니다. 저 멀리 팔공산 노적봉이 보
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