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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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인터넷 속에서 헤
맨 끝에 이 바위가 ‘책바
위’란 것을 알았습니다
(사진 2). 이 바위를 책
바위라고 이름 지은 선
조님은 분명 책을 좋아
하는 분이었겠죠? 오늘
사진 1. 북지장사 소나무숲 길. 은 책바위를 만난 것만
으로도 산행의 보람이
있다 하겠습니다. 책바위 옆에도 바위로 된 테라스가 있어 모두 이곳에 올
라 먼 곳을 바라봅니다.
책바위라는 이름조차 처음 들었으니 바라보는 풍경 또한 낯선 풍경입니
다. 이곳은 420고지에 불과합니다만, 마음속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았습니
다. 아무리 낮은 산도 그 산꼭대기는 우리들의 삶을 숭고한 차원으로 끌어
올려줍니다. 아무리 낮은 산도 정상에 서면 발아래 시야가 확 트여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왜 마음이 편안해질까요?
책바위에 앉아 팔공산의 파노라마(사진 3)를 둘러보노라면 우리는 잠시
나마 ‘자신’을 망각한 채 아무 근심도 걱정도 없이 이 세계를 관조하게 됩
니다. 이 경험은 분명 자아가 사라져 이 세상과 하나가 되는 경험입니다.
쇼펜하우어(1788-1860)는 이 경험을 표상에서 벗어나 존재로 진입하는 경험
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산 정상에서 멀리 보는 즐거움을 “세계의 청명한
눈”이라고 불렀습니다.
등산 체험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이 숭고한 평온을 그는 “더 나은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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