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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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접하는 사람만이 무
             일물無一物의 마음으로
             견성성불見性成佛할  수

             있다고 말해 줍니다.

               선어록을 공부할 때
             는 “역사적 사실 여부”
             는 따지지 말아야 합니

             다. 설사 그것이 가공의           사진 3. 책바위에서 바라본 팔공산 파노라마.

             이야기라 하더라도 “사
             실”보다 “이야기”이기에 보다 더 진실한 존재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인간이기에 과학적·역사적 실증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시

             나 신화 혹은 공안의 형식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진실이 있고, 그런 진

             실에 의지해 우리들 인생은 간신히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의상 대사도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시에 의지하는 것은 허구에 입각하여 리얼리티를 나타내기 위해

                  서다.” 3)


               인간의 경험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경험은 미적인 경험에서 옵니다. 『벽암

             록』은 선 시집으로 읽어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뛰어난 문학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벽암록』을 통해 불법의 새로운 일면과 그 즐거움, 복잡
             함, 심오함을 경험하고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북지장사 책바위에 올라 세




             3)  義相(625-702), 『華嚴一乘法界圖記』, “所以依詩, 卽虛現實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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