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21년 9월호 Vol.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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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sere Bewusstsein”이라 불렀습
             니다. 그에 따르면 자아가 사라져야
             “더 나은 의식”을 경험할 수 있습니

             다. 1)

               산 정상에서 세계를 둘러보는 것
             은 심미적 태도이기도 합니다. 심미
             적 태도는 동시에 관조적 자세이기도

             합니다. 우리들 범부에게 부족한 것

             은 바로 이 관조적 자세가 아닐까요.
                                                 사진 2.  북지장사 책바위.
             하지만 산 정상에 서면 누구나 잠깐
             동안은 이런 관조적 자세를 저절로 갖게 됩니다. 알든 모르든 이런 관조적

             자세가 좋아서 사람들은 정상으로 올라가는 지도 모릅니다.



               젊었을 때는 그냥 지나쳤습니다만 『벽암록碧巖錄』을 다시 읽으며 달마의
             ‘확연무성廓然無聖’ 네 글자를 접하고 마음속으로 환호작약했습니다. ‘확연

             무성’이야말로 “더 나은 의식”의 발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이후, 작은 산이라도 확 트인 정상에 서게 되면 저절로 ‘확연무성’ 4글자가
             떠올랐습니다.



               『벽암록』 제1칙은 ‘성제제일의聖諦第一義’입니다. ‘달마達磨 확연무성廓然無

             聖’이라고도 합니다.



             1)  뤼디거 자프란스키, 『쇼펜하우어』, 2018, “‘더 나은 의식’을 경험하려면 자아가 갑자기 사라져야 하며
               그와 더불어, 행동하고 주장하고 개입하라고 다그치는 세계 역시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상성’으
               로서의 세계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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