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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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배우는 것[定慧等學]이다. 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정’이 먼저
있어 그 후에 ‘혜’가 발휘된다거나 혹은 먼저 ‘혜’가 발휘된 후에 ‘정’
이 나타나니 각각 다르다.”라고 말하지 말라. 이러한 견해를 갖는다
면 법에 바로 두 가지 ‘상相’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8)
이러한 ‘정혜’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전통적인 불교에서는
‘정’으로부터 ‘혜’가 발현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예컨대 남북조南北朝 시
기에 출현한 『대지도론소大智度論疏』에서는 삼매三昧를 논하면서 “처음에
‘정’으로부터 ‘혜’가 발휘됨을 밝힘[初明從定發慧]” 이라고 하고, 선사상에 많
9)
은 영향을 끼친 당대唐代 이통현李通玄의 『신화엄경론新華嚴經論』에서도 “정
10)
에 의지하여 혜가 발휘됨[依定發慧]” 를 제창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단경』
이 출현한 이후인 송대宋代 영명연수永明延壽 선사까지도 “정으로부터 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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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휘됨이 사事를 인하여 이치를 드러냄[從定發慧, 因事顯理]” 이라고 설하고
있다. 그러나 『단경』에서는 명확하게 ‘정혜등학定慧等學’을 제창하고 있다.
여기에는 북종 신수神秀의 ‘종정발혜從定發慧’의 입장 을 공격하고자 하는
12)
8) 앞의 책(大正藏48, 352c), “我此法門, 以定慧爲本. 大衆勿迷, 言定慧別. 定慧一體, 不是二. 定是慧體,
慧是定用. 卽慧之時定在慧, 卽定之時慧在定. 若識此義, 卽是定慧等學. 諸學道人, 莫言先定發
慧, 先慧發定, 各別. 作此見者, 法有二相.” 敦煌本, 『壇經』(『大正藏』48, 338b), “我此法門, 以定惠爲
本. 第一勿迷, 言惠定別, 定惠體一不二. 卽定是惠體, 卽惠是定用, 卽惠之時定在惠, 卽定之時惠
在定. 善知識! 此義卽是定惠等. 學道之人作意, 莫言先定發惠, 先惠發定, 定惠各別. 作此見者,
法有二相.”
9) [南北朝]慧影初撰, 『大智度論疏』 卷6(卍續藏46, 804a).
10) [唐]李通玄, 『新華嚴經論』 卷23(大正藏36, 874c).
11) [宋]延壽述, 『萬善同歸集』(大正藏48, 965b).
12) 大乘無生方便門』(大正藏85, 1274b),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정定이라 하고, 지智라 하며, 이理라 한
『
다. 이근耳根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색色이라 하고, 사事라고 하며, 혜慧라고 한다. 이 움직이지 않음
은 정定으로부터 혜慧가 발휘되는 방편인 것이다.[心不動是定, 是智, 是理.耳根不動是色, 是事, 是慧. 此不動是從
定發慧方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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