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1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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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부터 사령운은 석존은 비록 적학積學, 즉 ‘점오’의 방식을 취하였지만,
             궁극적인 깨달음에 있어서는 결국 ‘점오’가 아니라 ‘돈오’임을 논하고, 도생의 ‘
             돈오’에서는 단계를 허용하지 않으며, 적학積學을 부정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

             다. 이는 도생이 논한 대표적인 ‘돈오’를 설명하는 구절에서 보다 명확해진다.



                  ‘돈頓’이라 하는 것은 이치를 나눌 수 없음[理不可分]을 밝힌 것이고,
                  ‘오悟’는 지극히 비춤[極照]을 말한다. 불이不二의 깨달음으로 나눌

                  수 없는 이치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치[理]와 지혜[智]가 함께 희석

                  됨을 ‘돈오’라고 한다.    5)


               도생이 ‘돈오’를 도출하는 과정은 바로 법성法性과 반야般若의 관계 문제

             로부터 출발하고 있는데, 법성은 ‘이理’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는 것이며,

             나아가 그 ‘이’와 우리 존재의 주체와 관련된 탐구의 과정에서 ‘돈오’를 도
             출했다고 할 수 있다. 위의 인용문으로부터 ‘이’는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세상, 즉 제법을 의미하며, ‘지’는 바로 반야지般若智를 의미하고 있다. 따

             라서 ‘이’는 ‘소所[대상]’를 의미하고, ‘지’는 ‘능能[주체]’에 해당되며, 그것이 함

             께 희석[兼釋]되는 상태를 ‘돈오’라고 칭함을 유추할 수 있다. 이로부터 ‘돈
             오’는 바로 나와 남, 즉 능소能所가 ‘불이不二’, 혹은 ‘여일如一’의 상태에 이르
             고, 그 궁극적인 자리에서 비춤[極照]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결국

             사령운이 말한 바와 같이 ‘단계’나 ‘적학’은 가능하지 않게 된다. 무엇인가

             배우고자 한다면 필연적으로 배우려는 주체, 즉 ‘능’이 현현하여야 하고, 그




             5)  [唐]慧達, 『肇論疏』(卍續藏54, 55b), “夫稱頓者, 明理不可分, 悟語極照. 以不二之悟符不分之理. 理
               智兼釋, 謂之頓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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