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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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부터 『단경』에서는 깨달음에 있어
서 돈오頓悟와 점오漸悟를 모두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가 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성’이 있다는 불성론
에 입각한 것임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원칙론일 뿐으로 『단경』에서
는 ‘점오’를 인정하지 않는다. 엄밀하게
말하여 ‘돈오’의 입장에서 본다면 ‘점오’를
육조혜능대사 진영. 통하여 궁극적인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것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고 하겠다.
궁극적인 깨달음에 있어서 ‘돈오’인가 ‘점오’도 가능한가에 대한 ‘돈점논
쟁’은 ‘돈오’를 처음으로 제창한 도생道生의 시대에 있어서 이미 발생했던 문
제이다. 그를 모두 소개하는 것은 짧은 지면에 가능하지 않지만, 도생의 ‘돈
오론’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사령운謝靈運의 다음과 같은 문구를 소개하
고자 한다.
석씨釋氏의 논論에서 성도聖道는 비록 멀지만 배움이 쌓이면 능히
이를 수 있고, 쌓임이 다하면 생生을 비추므로 마땅히 점오漸悟가
아닌 것이다. …… 새롭게 논하는 도사가 있어, 고요히 비춤이 미
묘하여 단계[階級]를 허용하지 않고, 학學의 쌓임은 끝이 없는데 어
찌 스스로 끊겠는가? 4)
4) 謝靈運, 『辯宗論諸道人王衛軍問答』, [唐]道宣, 『廣弘明集』 卷18(大正藏52, 224c-225a), “釋氏之論, 聖
道雖遠, 積學能至, 累盡鑑生, 不應漸悟. …… 有新論道士, 以爲寂鑑微妙, 不容階級. 積學無限, 何
爲自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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