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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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다면 당연히 배우는 대상, ‘소’가 현현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오’
          의 입장에서는 단계적인 ‘점오’는 결코 궁극적인 깨달음에 도달할 수 없다
          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단경』에서는 비록 형식적으로 돈점을 모두 인정하는 입장을 취하지만,

          결국 ‘돈오’를 귀결점으로 삼는다. 그에 따라 “어리석으면 ‘점’을 권하고, 깨
          달은 사람은 ‘돈수’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점수’하며, 깨달은 사람은 ‘돈
          수’한다.”라고 설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내가 홍인弘忍 화상 처소에

          서, 한 번 듣고 언하言下에 대오大悟하여 진여본성眞如本性을 돈견頓見하였

          다. 이러한 까닭에 이 교법敎法을 후대에 유행하게 하여, 도를 배우는 자로
          하여금 보리菩提를 돈오하게 하고, 자신의 본성으로 하여금 돈오하게 하려
          는 것이다.” 라고 설하고, 직접적으로 “자성을 스스로 깨달아[自悟] 돈오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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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頓悟頓修하는 것이지 점차漸次는 없는 것이다.” 라고 선언한다.
           『단경』에서 ‘돈오’에 입각하고 있음은 이른바 ‘계정혜’ 삼학三學 가운데 ‘정
          혜定慧’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단경』에서는 다
          음과 같이 ‘정혜’를 규정하고 있다.




              나의 이 법문은 ‘정혜’를 근본으로 한다. 대중들은 미혹하여 정定과
              혜慧가 다르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정’과 ‘혜’는 하나의 체體로서
              둘이 아닌 것이다. ‘정’은 ‘혜’의 체體이고, ‘혜’는 ‘정’의 용用이다. ‘혜’

              에 나아갈[卽] 때 ‘정’이 ‘혜’ 가운데에 있으며, ‘정’에 나아갈 때 ‘혜’

              는 ‘정’ 가운데에 있다. 만약 이 뜻을 깨닫는다면, ‘정’과 ‘혜’를 평등




          6)  敦煌本, 『壇經』(『大正藏』48, 351a), “我於忍和尙處, 一聞言下大悟, 頓見眞如本性. 是故將此敎法流行
           後代, 令學道者頓悟菩提, 令自本性頓悟.”
          7) 宗寶本, 『壇經』(大正藏48, 358c), “自性自悟, 頓悟頓修, 亦無漸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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