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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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각을 이루고 나서 처음에 일승一乘의 일진법
계一眞法界인 『화엄경』을 설했는데, 중생들이 그것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
에 삼승三乘으로 물러나서 방편으로 설하신 것입니다. 부처님은 『법화경』
의 마지막에서 그전에 한 말이 전부 거짓말이라고 하시면서, 중생을 제도
하기 위해 한 거짓말이기 때문에 해害가 되지는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이
런 말씀들이 모두 방편설과 실담을 구별해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일승이
란 것도 실담처럼 보이지만 더 높은 데서 보면 이것도 내용에 있어서는
방편설입니다.
지금은 억지로 방편설인 삿된 믿음과 실담인 바른 믿음으로 구분하는 것
입니다. 무엇을 바른 믿음이라고 하는가? ‘즉심시불卽心是佛’, 곧 ‘마음이 부
처’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가 삿된 믿음이라고 예전의 조사스님들도 말
씀하셨습니다. 오직 자기 마음을 알고 마음을 깨쳐야 합니다. 아무리 불교
를 믿더라도 ‘마음이 곧 부처’라는 이 근본을 놓쳐버리면 불교가 아닙니다.
‘즉심시불卽心是佛’, 이것만이 오직 부처님의 정신이며 불교의 정수라는 것
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나의 이런 말도 『화엄경』을 깨려고 하는 말이니, 이것도 방편설입
니다. 비록 중생 교화의 방편이지만 처음부터 방편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역사적으로 볼 때 말은 다르지만 대승불교에서만
일승을 설한 것이 아닙니다. 남전南傳에서도 “부처님이 일승을 설하셨다.”
는 말이 뚜렷하게 나옵니다.
“마음이 부처다. 마음 이외에는 무엇이든지 돌아보지 말라.
오직 자기 마음을 알고 마음을 깨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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