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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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聲無臭獨知時에 此是乾坤萬有基라
                  抛却自家無盡藏하고 沿門持鉢效貧兒로다



               여기에서도 공연히 언어와 문자에 끄달려 다른 곳을 더듬고 있었던 것

             을 경책하면서 가지마다 잎마다 밖으로 찾았다고 반성한 것입니다. 여기
             에서 알 수 있듯이, 왕양명의 근본 입각처가 불교와 많이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하루바삐 마음을 돌이켜서 방편설과 삿된 믿음에 얽매

             이지 말고 내 마음이 오직 부처인 줄 알아서 내 마음속의 무진장 보물 창

             고의 문을 열자는 것입니다. 왜 남의 집에 밥 빌어먹으러 다니며 거지 노
             릇을 합니까.
               ‘사람마다 나침반이 있어’는 대도大道에 들어가는 지남침이 있다는 말입

             니다. ‘만 가지 변화의 근원이 모두 마음에 있구나’는 모든 것이 다 마음속

             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종전의 잘못된 소견[顚倒見]을 웃노니, 가지마다
             잎마다 밖으로만 찾았구나’는 내 마음을 바로 깨치면 그만인데, 공연히 언
             어니 문자니 하면서 다른 데 쓸데없이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말입니다.

             본체는 놔두고 밖으로만 찾고 있습니다. 『증도가』의 “근본만 얻을 뿐 끝은

                                    5)
             근심치 말지니[但得本莫愁末] ”와 같은 말입니다. 나무를 베려면 둥치를 자
             르면 될 것을 자꾸 가지와 잎에 집착하여 잎을 따고 가지를 치고 있다는 말
             입니다.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내서야 되겠습니까. 어리석은 사람은 잎과 가지에

             연연하지만 지혜 있는 사람은 둥치를 자릅니다. 그러면 나무 전체가 다 넘
             어갑니다. 둥치만 넘어가면 즉심즉불卽心卽佛인데 그것을 모르니 전도견이




             5)  『영가증도가永嘉證道歌』(T48, 397a), “但得本莫愁末 如淨瑠璃含寶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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