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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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게 방편일까요? 그것은 그 사람한테는 방편이 아닙니다. 공부가 있는
             사람에게는 방편이 될지 모르지만 그 사람한테는 방편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먼저 광맥만 소개합니다. “사람마다 이런 광맥이 있는데 말이

             지.”라고 소개하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현대 과학 서적이나 인문 서

             적들을 인용해서 처음부터 이야기를 들려주면 “참으로 그렇구나. 우리에
             게 무한한 능력이 있구나!”라는 자신이 드나 봅니다. 그러면 마음속의 광
             맥을 계발해 보려고 나에게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합니다.

               내 마음속의 광맥은 참으로 값할 수 없는 보배[無價寶]인데 그 방법론을

             함부로 가르쳐 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신심信心이 나게 하
             려고 절 3천 배를 시키는 겁니다. 3천 배를 마치고 신심이 나면 참선하는
             화두 곡괭이를 얻어서 서울 가고 부산 가고 대전 가고 어디든지 가서 각자

             의 광맥을 캐는 것입니다.

               ‘즉심시불卽心是佛’, 즉 마음이 부처라는 이것만이 오직 부처님의 깨침이
             고 불교의 정신이란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누구든지 자기 마음을 깨
             치고 성불해야지 그냥 입으로만 지껄여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불교에 있

             어서 만고의 철칙입니다.



                왕양명의 거지 노릇



               왕양명王陽明 의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유교에 주자학파朱子學派와
                          2)




             2)  왕양명王陽明: 1472-1529. 명대明代의 학자 왕수인王守仁을 말한다. 그는 여요餘姚 사람으로, 진사進士를
               거쳐 정덕正德 때에 순무巡撫로 대모산大帽山의 제적諸賊을 평정하였다. 그의 학문은 지행합일설知行合一說과
               치양지설致良知說을 주장하여 주자학파朱子學派와 서로 다투었는데, 세상에서는 그의 학파를 요강학파姚江
               學派라 불렀다. 일찍이 양명동陽明洞 안에 집을 짓고 살았으므로 세상에서 양명선생이라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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