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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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한 것입니다. 가지 치고 잎 따는 방편설에 집착하여 외변外邊으로 헤
매는 것을 경책하는 말입니다.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는 것을 홀로 알 때’에 이것이 만유의 기틀이다,
즉 근본입니다. 무성무취無聲無臭한 마음자리를 말합니다. 이 마음속에는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고, 이 마음이 바로 만물의 근본임을 바로 알 때에,
이것이 만법의 근본이라는 말입니다. 우주 만유의 근본이 전부 내 마음속
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들어내 버리고 밥그릇 하나 들고 이 집 저 집
찾아다니며 밥 한 술 구걸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기가 부자인 줄 모르고 구
걸하러 다니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언어와 문자에 집착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제 마음의
창고만 열면 미래제未來際가 다하도록 써도 다함이 없고 일체중생에게 다
보시를 해도 남는데, 그 무진보고無盡寶庫를 놔두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얻어먹는 거지 노릇이나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니 누구든지 하루바삐 마
음을 돌이켜 방편설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속의 무진보고를 계발해야 합니
다. 공부를 하여 그 방법을 알아 보물 창고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백일법문』(2014) 상권, ‘제2장 불교의 절대적 인간관’ 중에서 발췌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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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대종사 열반 28주기 추모 사리탑 3천배. 지난 10월 23일 성철대종사사리탑이 있는 운양대에는 큰
스님 열반 28주기를 추모하며 사리탑에서 3천배를 하기 위해 300여 명의 대중이 모였다. 입재에 앞서
벽해당 원택스님은 10월 21일 동화사에서 거행된 대한불교조계종 대종사 품서식에서 대종사 품계를 받
았음을 알리는 3배를 올리고, 3천배를 위해 모인 신도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였다. 아울러 모두 다
무사히 3천배를 원만히 성취하도록 축원을 해 주셨다. 지심귀명례 선창에 맞춰 부처님 명호가 운양대를
넘어 가야산 가득 울려 퍼지고, 아비라 카페, 수미산 카페 등 백련암 기도 모임 회원들은 3천배를 하는
분들이 기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하며 시중을 들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3천배는 뉘엿
뉘엿 해가 기울 때쯤 끝났고, 초등학교 2학년 학생도 3천배를 완주하고 가족 모두 발그레 상기된 얼굴
로 사리탑전을 내려왔다. 유난히 하늘이 맑고 햇살 또한 포근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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